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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유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다양한 정보7 2012. 10. 15. 14:05

 

디지털 콘텐츠는 누구나 쉽게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저작권자나 저작권 소유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용자들은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지적재산권의 적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지역에 존재한다. 디지털 공유물(Digital Commons)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다. 디지털 콘텐츠는 쉽게 디지털로 복제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의 생산에 아무리 많은 노력과 비용이 투자되었다고 해도, 일단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는 희소재도 아니고 경합재도 아닌 공유의 산물로 쉽게 전환된다. 공유재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배타적 저작권의 대상과 범위, 보장 기간을 제한하며, 자본이 아니라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을 개선해 나갈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1. 퍼블릭 도메인과 디지털 공유물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저작물은 저작권에 의해 경제적인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배타적인 소유권에 입각한 저작권에도 예외는 존재한다. 저작권의 유효 연한이 다 되거나 공적으로 만들어진 저작물은 '퍼블릭 도메인'이란 틀로 이용자에게 저작권의 적용 없이 자유롭게 제공된다. 저작권의 시효 만료나 애당초 공공적으로 만들어진 저작물은 '퍼블릭 도메인'이란 틀로 이용이 자유롭게 보장된다. 퍼블릭 도메인은 이용자가 누구든지, 사용의 목적이 무엇이든지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자연물, 교육, 의료, 공공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물질 세상에서도 집합적으로 소비되는 공공물이 존재한다. 이를 '집합적 소비 수단', 혹은 '사회간접자본' 등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디지털 저작권 문제는 이보다 더욱 복잡하고 어렵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집행하고 실행하기는 물질 상품과 달리 쉽지 않다. 디지털 콘텐츠는 누구나 쉽게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저작권자나 저작권 소유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용자들은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지적재산권의 강제적인 적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지역에 존재한다. 디지털 공유물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의미한다.

퍼블릭 도메인이 배타적 소유권인 저작권의 적용에서 벗어난 저작물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데 반해 디지털 콘텐츠는 이와는 다른 성격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디지털 콘텐츠는 쉽게 디지털로 복제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의 생산에 아무리 많은 노력과 비용이 투자되었다고 해도, 일단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는 희소재도 아니고 경합재도 아닌 것으로 전환된다. 사람들의 자유로운 나눔과 공유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는 거의 무한대로 복제되고 전달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강한 저작권의 관철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본 제작자의 저작권은 보장받기 힘들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강력한 지적재산권법을 강제하면 디지털 콘텐츠의 원활한 생산과 유통을 가로막아 문화 산업과 창조적 활동을 저해하는 해악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도한 저작권 보호 연한과 강한 지적재산권의 법적 강제는 공유물의 범위와 확장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문화 창달을 지원한다는 원래 저작권의 목적에도 위배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2. 인터넷과 디지털 공유물

인터넷은 나눔과 공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출발하였다. 디지털 공유물의 역사는 이러한 인터넷의 근간을 이룬다. 디지털 공유물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다양하다. 먼저 개개인이 활동한 결과물들을 아무런 제한 없이 서로 공유하고 나누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블로그의 글이나 게시판에 올린 글,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은 디지털 공유물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두 번째, 자신이 만든 창작물을 아무런 제한 없이 공개하는 오픈 소스나 오픈 콘텐츠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상호 협동을 촉진하고 '친구공동생산(peer production)'으로 디지털 공유물의 범위를 넓힌다. 위키피디아는 이런 디지털 공유물의 가장 대표적인 산물이다. 세 번째는 제한적 라이선스를 걸고 저작물을 공유하는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의 경우다. 네 번째는 기존의 미디어 기업들이 생산한 저작물을 디지털화하거나 편집하여 공유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영역은 기존 저작권과 격심한 갈등을 겪게 된다.

2003년에 열렸던 엘드리드 대(對) 애시크로프트 (Eldred vs Ashcroft)는 엘드리치 출판사의 엘드리드와 애시크로프트 르노 법무부장관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법정 소송이다. 엘드리치 출판사는 온라인상으로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을 공개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기존의 저작권 보호법이 저작자의 생존 기간과 사망 후 50년간으로 규정되어 있었는데, 엘드리치 출판사는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들을 세상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저작권으로 이익을 보는 사업체는 저작권의 유효기간을 가급적 연장하여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그들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졌다는 사실을 명목으로 저작권 보호 연한을 저작자 사망 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는 '저작권 기간 연장법'을 만들었다. 일명 미키마우스법(2003년 저작권 소멸 예정이었던 미키마우스 초판도 2023년으로 20년 연장됨)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에 반대하여 엘드리드는 '저작권 기간 연장법'을 파기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엘드리드는 미국 수정 헌법 1조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사람들이 저작권의 과도한 제한 없이 문화적 산물을 향유할 수 있도록 요구하였다. 이후 이런 문제의식을 이어받은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의 주도로 CCL이 만들어졌다.

 

 

 

3.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인터넷은 닫힌 지식을 열린 지식으로 만들기에 아주 적합한 토양을 마련해 주었지만 디지털 저작권과 지적재산권의 끝없는 확장은 디지털 지식과 인간의 만남을 제한한다. 디지털 세상에 침투한 지적재산권 관련 법률은 나눔과 공유를 무제한으로 보장하던 인터넷의 자유로움에 장애물로 대두하고 있다. 『코드』 라는 책에서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규제 방식을 분석하여 유명해 진 레식은 그의 두 번째 저서 『아이디어의 미래』에서 디지털 세상에서의 공유물이 처한 운명을 분석하여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레식 교수가 전개하는 '디지털 공유(Digital Commons)' 운동은 디지털 시대의 지식과 만나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안 모색이자 실천이다. CC(Creative Commons) 운동은 2002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는 몇 가지 조건하에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자유 이용을 허락하는 내용의 CCL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2011년 현재 전 세계 70여 개 국가들이 참여하여 각 국가의 저작권법과 언어를 바탕으로 한 CCL을 도입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글로벌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5년 3월 한국정보법학회 프로젝트로 출발한 이후 오픈 라이선스 CCL를 보급해 왔다. 2009년 1월 독립적인 사단법인으로 설립되었다. 이 단체는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와 개방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예술, 학술, 공공, 교육, 미디어 등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4. 비판과 정보 공유 운동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는 기존의 지적재산권과 달리 개인 이용자의 디지털 저작물에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개인의 창작물에 대한 보상을 실현한다는 지적재산권의 틀과는 관련이 없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는 개개인이 만든 디지털 창작물의 활용과 유통을 손쉽게 보장하는 보완적 라이선스 제도다. 문화 기업이나 콘텐츠 관련 기업은 특허나 카피라이트라는 기존의 저작권을 활용하여 개인 창작물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확보하고 있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저작권은 배타적 소유권을 바탕으로 개인의 창작물을 상업화함과 동시에 나눔과 공유의 틀을 제한한다. 기존 저작권으로 개인 창작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비율보다는 독점적으로 저작권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나 자본의 이해가 보장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이용자들의 창작물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라는 틀로 공유하면 기업 중심의 기존 저작권 체제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는 별 다른 대립 없이 양립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커먼즈는 디지털 저작물에 대한 라이선스 제도를 강화하여 개개인이 라이선스의 틀을 지키는 한도에서 디지털 저작물의 비상업적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굳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라는 라이선스가 없더라도 디지털 저작물의 자유로운 복제와 공유는 모든 이용자에게 열려 있다. 배타적 저작권이 강력하게 적용되는 저작물조차도 인터넷 안에서는 복제와 공유의 틀을 통해 아주 손쉽게 탈상품화된다.

'지적 공유물(Intellectual Commons)'이 빈약한 곳은 공원도 없고 모든 산야가 온통 사유지의 '접근 불가'라는 팻말로 봉쇄된 삭막한 나라와 같다. 지적재산권의 과도한 욕심으로 물든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창의적인 지식이 싹트기 힘들다. 초고속망을 타고 달리는 정보와 지식이 온통 장사꾼의 손때가 묻은 것일 때 더 이상 우리에게 참다운 지식은 없다. 향후 공유재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배타적 저작권의 대상과 범위, 보장 기간을 제한하며, 자본이 아니라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